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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운영의 실태와 과제
글쓴이 : 김유정문학촌 날짜 : 05.01.12 조회 : 15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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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문학관협회 실무자 워크숍


일시 : 2004. 11. 26 ~ 27
장소 : 토지문화관(강원도 원주)

주최 : 한국문학관협회
후원 : 문화관광부

문학관 운영의 실태와 과제


전  상  국  (김유정문학촌장)


1. 들어가는 말


한 작가의 이름이 후세에까지 전해지는 것은 그 작품이 문학사에서 높은 가치를 획득했음을 뜻한다. 이렇게 가치가 확실하게 매겨진 작가의 생애와 그 작품세계를 기리기 위한 갖가지 형태의 일이 후세 사람들에 의해 펼쳐진다. 작가를 추모하는 갖가지 행사가 있는가 하면 그가 남긴 작품이 책으로 거듭 출판되고 그 작가나 작품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학술 세미나는 물론 특정 지역에서는 작가의 이름을 빈 문학축제까지 벌인다.
지방분권의 시대, 각 지방에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비교우위의 문화·예술의 구심점 찾기에 부심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중심의 문화·예술 행사와 그 누림이 지방으로 분산된다는 의미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것은 지역의 문화·예술이 중앙에 종속되어 있거나 중앙에 비해 작고 낮은 것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야말로 민족문화의 보편성을 이루는 나름의 특수문화임을 확인하여 그 가치매김을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문학의 경우만 보더라도 각 지역에서 벌이는 축제 중 문학축제가 갖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주로 그 고장 출신 작가·시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기리기 위한 문학축제는 향토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가운데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작가의 문학적 생애와 그 작품의 가치를 기리는 일로 가장 결정적인 사업은 그가 태어났거나 연고가 있는 곳에 기념문학관을 세우는 일이다. 실제로 지방분권시대 문화 인프라 중에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지는 각 지역의 문학관 건립이다. 2004년 11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국의 문학관은 26개나 된다.
물론 이들 문학관은 그 건립 취지나 운영형태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개인의 사재를 털어 건립한 것이 있는가 하면 지자체가 조상의 얼 선양사업의 일환으로 국고를 들여 만든 것도 있고 그 운영에 있어서도 규모나 운영방식이 다양하다.
전국의 26개 문학관 운영의 실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운영자금 조달과 운영의 주체 문제라고 본다. 운영자금과 운영 주체에 의해 문학관 설립취지에 걸맞은 운영방식이 결정되고 운영 프로그램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학관 본래의 기능이 지방분권 시대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글은 전국의 문학관 운영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는 가운데 문학관 본래의 기능이 무엇이고 그것의 바람직한 운영과 그 활성화 방안 찾기에 목적을 두었다.   


2. 문학관의 존립 의의와 기능


문학관의 역할과 그 문제점 지적은 우선 문학관이 그 지역의 문화·예술의 기반 구축에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를 규명하는 일로부터 시작할 일이다.
문학관의 제반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이야말로 그 지역의 주요한 문화 인프라임이 분명하다. 인프라란 사회적 생산 기반 또는 경제 활동의 기조을 형성하는 기초적인 시설을 의미하는 말이다. 문화 인프라라고 좁혀 말할 때 이것은 결국 문화·예술의 창조, 유통, 향유를 위한 시설과 제도에다 그것을 제안하고 실천하는 그 지역 주민들의 문화 의식 및 실천 행위까지를 포함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의 문학관은 중앙문화의 집중화 현상을 극복하여 고유의 지방 특수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문화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문학관일수록 그 지역 문화 인프라로서의 합당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이것은 문학관이 그 지역 문화·예술의 활동 거점이며 문화 향수의 전통적 가치를 창출하는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학관’과 ‘문학기념관’은 그 개념에 있어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문학관’이 작가·시인 및 문학 전반에 걸친 모든 자료를 보관하고 전시하는 포괄적 의미를 지닌다면 ‘문학기념관’은 특수한 지역에서 어느 한 작가·시인의 생애와 그 작품의 가치를 기리며 기념하기 위한 공간으로 좁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문학관이 갖는 본래의 기능면에서 본다면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명칭이야 어떻든 ‘문학관’ 혹은 ‘문학기념관’은 문학사적 가치를 가진 작가·시인의 유품과 각종 문학 자료의 보관 및 상설 전시를 통한 그 문학의 위상 정립과 선양을 그 존립 의의로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의 설립 목적에 맞는 문학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그것의 보존 및 활용에 필요한 시설물을 갖췄을 때 비로소 문학관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문학관에 가야 어느 작가에 관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는, 그 문학관만이 보관하고 있는 문학 자료 소장과 그 활용이 문학관 기능의 첫째가 될 것이다. 이것은 문학관이 단순히 자료 소장을 넘어 그 공간과 시설이 작가·시인 연구 및 문학작품 연구에 도움이 될뿐더러 문학 향수층에 대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문학관은 도서관의 자료 열람이나 박물관의 자료 전시 기능까지를 겸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문학관 시설에는 자료의 보존에 적합한 자료보관실과 그것의 효율적 전시와 연구 활용을 위한 학예연구실이 구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문학관은 각종 자료를 영상물로 제작하여 수시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과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문학관의 운영이 필수라고 하겠다.  
문학관은 그 규모나 시설이 어떠하든 문학 체험 학습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여야 한다. 문학 관련 학술 세미나와 문예교실 운영, 각종 문학강연 및 작품낭송회, 작품 내용 재현과 체험을 위한 소강당 규모의 세미나실 및 공연시설의 구비가 필수라고 하겠다. 
그러나 지역의 일부 기념문학관이 유적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되었기 때문에 문학 체험 학습 공간을 확보하지 않았음은 문학관 본래의 기능 수행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학관의 또 다른 역할과 기능은 그 공간이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그 지역에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시인 및 다른 분야의 모든 예술인들의 창조 활동의 거점의 역할 담당이다. 또한 문학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지역의 예술인들과 그네들이 창조한 예술작품을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서의 시설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지역 문화 예술인들이 벌이는 각종 전시회와 공연 예술의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문학관 본래의 기능이 상승작용을 할 것으로 본다.
문학관의 공간과 그 시설을 이용한 각종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그 사업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과 실천이 문학관 운영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소장한 자료의 상설 전시와 함께 희귀 도서전시나 육필원고 혹은 문인 소장품 등의 기획전시를 통해 문학 독자들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시 와서 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문학작품 내용을 통한 각종 이벤트성 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이는 것도 문학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문학관 주위의 문학공원이나 야외 공연장 및 전시장이 구비되어 있다면 그 역할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3. 전국 문학관의 운영 실태


우리나라에는 현재 전국에 26개의 문학관이 건립되어 운영중에 있으며 5개 정도의 문학관이 건립중이거나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의 각 도서관이나 여러 문화·예술 시설에 별도로 특정 작가의 문학코너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은 문학관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전국에 500여개의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문학관 운영 실태는 매우 취약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에 처음으로 건립되기 시작해 최근에 일기 시작한 문학관 붐은 비로소 문학을 통한 문화 경쟁력의 이 시대가 왔다는 의미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  
현재 운영중인 문학관을 소재지로 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 : 한국현대문학관(중구) 영인문학관(종로구) 문학의 집·서울(중구) 세계여성문학관(숙명여대 도서관 내) 등. 4개
강원 : 김유정문학촌(춘천) 난고김삿갓문학관(영월)  만해마을(인제) 이효석문학관(평창) 토지문화관(원주) 등. 5개
경기 : 편운문학관(안성) 만해기념관(성남) 등. 2개
경남 : 경남문학관(진해) 청마문학관(통영) 등. 2개
경북 : 구상문학관(칠곡) 광산문학연구소(영양) 이육사문학관(안동) 등. 3개
부산 : 이주홍문학관(동래) 추리문학관(해운대) 등. 2개
전남 : 조태일시문학기념관(곡성) 한국가사문학관(담양) 박화성문학기념관(목포) 등. 3개
전북 : 미당시문학관(고창) 채만식문학관(군산) 아리랑문학관(김제) 최명희혼불문학관(남원) 등. 4개
충남 : 한국문인인장박물관(예산) 1개


이들 26개 문학관을 설립주체와 운영주체에 따라 나누면 개인이 설립한 것이 6개이고 문화단체 7개, 지자체가 13개이다. 현재까지 설립주체가 그대로 운영을 맡고 있는 것이 통례이지만 이 중 설립주체와 운영주체가 다른 것은 춘천의 「김유정문학촌」(지자체가 설립하고 운영은 민간단체가 위탁운영) 1개뿐이다.
26개 문학관 중 한국문학 및 문학전반에 걸친 자료를 보관하고 전시하는 문학관은 3개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그 지역 출신 작가를 기리기 위한 문학기념 전시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문학의 특수 장르를 설립 목적으로 한 문학관(추리문학관, 가사문학관) 도 있고 문인의 인장 및 유품을 전시한 문학관(문인인장박물관), 또는 문학도를 위한 학사 역할을 하는 곳(광산문학연구소) 등도 있다. 
이들 문학관은 그 시설 규모에 있어 그 소재지의 땅값 등을 감안할 때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많지만 건평 500평 이상인 곳이 4개가 있는가 하면 100평 이하도 3개나 되는 등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소장 자료에 있어서도 설립 목적이나 자료의 성격상 그 숫자나 내용을 단순비교하기 어렵다.  
현재 건립 중에 있거나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문학관은,
「동리·목월문학관(경북 경주)」·「노산문학관(경남 마산)」·「최명희문학관(전북 전주)」·「지용문학관(충북 옥천)」·「황순원소나기마을(경기 양평)」 등 알려진 것 외에도 상당수의 문학관이 자자체에 의해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작가·시인의 생애와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관 사이트도 이 시대 문학관 운영의 한 형태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개설되어 운영중인 문학관 홈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경남문학관 : gnmunhak.com
김유정문학촌 : kimyoujeong.org
만해기념관 : manhae.or.kr
백담사 만해마을 : manhe.co.kr
문학의 집·서울 : munhakhs.or.kr
세계여성문학관 : wowlic.sookmyung.ac.kr
이효석문학관 : hyosek.org
정지용사이버문학관 : jiyong.or.kr
추리문학관 : 007spyhouse.com
토지문학공원 : tojiliterarypark.com
토지문화관 : tojicul.or.kr
편운문학관 : poetcho.com
한국현대문학관 : kmlm.or.kr
황순원사이버문학관 : soonone.com/main/


이외에도 지자체 홈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는 문학관(채만식문학관, 한국가사문학관)도 있다.
현재 운영 중인 26개의 문학관은 그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게 나지만 대부분 상설전시관과 교육장·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어 연중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창작실(숙소)을 구비하고 있는 「만해마을(강원)」이나 「토지문화관(강원)」은 작가·시인의 창작 공간으로의 역할을 할뿐 아니라 지역문화·예술단체들의 각종 행사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문학관 중에는 조상의 얼 선양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되어 상설 기념전시에 한정되는 공간만 겨우 갖추고 있는 곳도 4군데나 되어 시설 확충이 시급한 형편이다.
운영중인 문학관이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는 주요 사업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상설 소장 자료 전시, 각종 기획 전시, 문학강좌, 창작교실, 백일장과 작품낭송회, 작품 속 삶의 체험, 학술세미나, 추모제, 문학상 시상, 문학축제 등.
 
전국의 문학관이 자체의 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 내용은 현실적으로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운영주체들의 의견이다 .
입장료를 받는 곳은 「난고김삿갓문학관」, 「영인문학관」, 「이육사문학관」, 「이효석문학관」, 「추리문학관」, 「한국가사문학관」, 「한국현대문학관」 등이다.
세미나실 대여, 문학프로그램(백일장, 문예캠프, 문학기행 등) 참가 회비, 음료수·기념품·책자 판매, 숙박시설 대여, 토속음식 판매 등이 주요 수입사업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어서 문학관 관리나 운영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학관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 관리 및 각종 사업에 필요한 재원 조달의 어려움이라고 본다. 
문학관의 대부분 설립주체가 지자체이기 때문에 그 운영 관리비를 지자체의 지방비 및 국고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개인이 설립한 문학관의 경우 기부금 등의 자부담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4. 문학관 운영의 문제점


최근 여러 지역에 앞다투어 건립되고 있는 문학관이 자칫하면 지자체의 전시 행정의 일환으로 조급히 기획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아직 검증 되지 않은 작가·시인들의 과대 미화나 우상화로 문학사에 가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작고 문인일 필요는 없지만 되도록 문학사에서 가치를 충분히 검증 받은 작가·시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말 그대로 문학 기념관으로서의 위상에 걸 맞는 문학관이 세워져 운영되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상허 이태준이 월북작가였다는 사실만으로 문학관 건립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문학관 건립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고향 철원군에 문학비가 세워진 일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문학관 운영에 있어 정말 중요한 일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문학관이 그것에 걸맞은 재정적 뒷받침이 따르지 못하거나 운영의 미숙으로 지역문화 인프라로서의 순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나 지역 주민들의 문학에 대한 폄하의식이다. 실제로 어떤 문학 독자는 어느 지역의 문학관을 돌아보고 난 뒤 그 작가와 문학에 가졌던 환상이 깨지게 됐다는, 문학관 운영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문학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그때까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그 작가·시인의 문학세계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새로운 각도의 이해를 얻기를 희망한다. 문학관을 찾아 자료들을 돌아보고 각종 행사에 참여함으로서 지금까지 몰랐던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관은 중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보존할 뿐 아니라 그 자료를 통한 작가·작품 연구가 이루어지는 학술적 기능도 감당해야 한다. 문학관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업은  품위와 높은 질이 우선해야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는 지속적인 문학행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문학관은 그 운영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 운영의 체계와 방법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운영주체의 문제는 문학관 시설이나 규모는 물론 사업과 관련된 예산의 많고 적음과도 별 상관이 없다고 본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한국의 문학관은 대부분 설립주체가 지자체이며 그 운영 또한 지자체가 맡고 있다. 이것은 운영의 효율적 체계와 일관성 있는 사업 추진에 있어서는 효과적일 수도 있겠지만 문학의 전문성과 다양성 혹은 질 높은 문화 사업을 창출하는 데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선 문화·예술 전문가의 안목이 아닌, 수시로 교체되는 문화 행정가의 안목에서 지속적이며 영구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하여 실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문학관 사업의 전문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지역문화 인프라의 구색 갖추기로 안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특히 지자체가 운영주체일 때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친근하게 접근한 상태에서의 사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관주도의 행사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냉대와 비협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수집하여 소장한 문학 자료를 중심으로 건립한 문학관(추리문학관, 현대문학관, 영인문학관)의 경우 방대한 자료를 상설 전시하고 때에 따라 기획전시를 하는 등 매우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으로 문학관 본래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립주체가 지자체이고 그 운영을 위탁 받은 문학관(김유정문학촌)의 경우 전문가와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역할로 독자적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큰 성과를 올리고 있으나 지자체의 다른 위탁업체와의 형평 원칙에 따라 인건비나 운영관리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운영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지역 문학관의 경우 그 지역주민들의 참여의식이 문학관 운영의 성패를 가름하기도 한다. 이것은 지역 문학관 운영이 그 지역 주민들의 소득증대와도 연계되어야 한다는, 문화 산업으로서의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문학관은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 그 지역의 주민들은 그 공간이 자기들 삶의 여유 공간으로 더 나아가서는 자신들의 소득과 직결되지 않으면 매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에도 유념할 일이다. 지역의 주민들이 그네들 스스로 문학관 행사의 주역으로 참여케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이 문학관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 관심이 곧바로 문학관의 이미지가 되어 찾아오는 외지 관람객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학관 운영이나 문학축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관람객의 숫자만 생각하는 방대한 행사로 문학이나 작가·시인을 기리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행사의 흥행과 상업적 이득만을 생각하여 문학과는 거리가 먼 행사를 벌일 때 문학관의 위상은 오히려 추락하여 사업의 지속이 어렵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비록 행사 규모나 내용이 소박하더라도 문학작품의 내용과 관련된 행사로 지역문화 예술의 구심점이 되는 문학관 혹은 문학축제로서의 격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학관 건립과 운영에는 외지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묵을 숙소나 휴식공간은 물론 주차장 등의 편리 시설에도 세심한 배려가 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거듭 강조하는 바는 지역의 문학관이 단순히 그 고장의 유적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건립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작고 문인을 기리는 문학관은 유적지로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지만 더 나아가 그 고장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무대요 그것을 활성화하는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 창조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그 중심이 실려야 한다는 말이다.


5. 문학관 활성화 전략을 위한 제언


문학관 운영의 문제점에서 언급했듯 그것의 설립과 재정적 지원은 지자체가 맡되 그 운영은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문학단체가 맡아서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만약 지역의 형편상 지자체가 일정기간 운영을 맡아서 할 경우에도 반드시 문학에 대한 소양을 갖춘 문화 행정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지자체가 운영과 관리를 맡아서 하되 그 시설을 이용하는 각종 문학행사의 프로그램 등은 지역의 문학단체가 맡아서 주관하는 것이다. 「이효석문학관」의 경우, 지자체가 운영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소프트웨어는 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가산문학선양회가 맡아서 하고 있다. 지자체와 함께 이효석문학제를 기획하는 등 문학관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음은 그런 식의 운영 형태의 전망을 밝게 한다.
가장 이상적인 문학관 건립과 운영은 그 지역의 문화재단이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사업 일부를 지방비 및 국비로 지원받는 일일 것이다. 「경남문학관」이나 「토지문화관」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문학관 운영에 있어 국고 및 지방비의 재정적 지원은 사업의 규모나 그 특성에 따라 선별적이고 집중적이어야 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에 한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문학관은 그 지역의 문화 관광 명소로서의 매력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거기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 문학관의 경우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동식물과 일치하는 작가의 생애나 작품 속 내용을 문학관 나름의 이미지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효석의 고향 평창 봉평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메밀꽃을 보기 위해 한 해 연인원 2백만 이상이 찾아오고 있다. 황색 국화로 뒤덮인 전북 고창군 질마재 일대는  「국화 옆에서」의 미당 서정주의 시문학관과 묘가 있다. 춘천 실레 마을은 봄이면 김유정이 피운 「동백꽃」(생강나무) 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생가가 있는 실레마을의 신남역이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 이름이 들어간 ‘김유정역’으로 바뀐다. 특히 실레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금병산은 김유정의 작품명으로 등산로가 만들어져 등산객들이 산행을 하면서 작가의 작품과 친근하게 만나게 된다. 
김유정로(춘천), 청마거리(통영) 토지문학공원(원주) 만해마을(인제) 등 작가 이름을 딴 길 이름이나 지명은 문학관의 이미지 홍보에 매우 효과적이다.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의 모든 상가 명칭이 김유정의 소설 제목이나 점순이 등의 등장인물 이름으로 바뀔 계획이다. 
「모래시계」의 정동진이나 「겨울연가」의 남이섬과 춘천 등이 TV 드라마의 한류열풍으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듯 지역과 연고가 있는 작가·시인의 작품 배경이나 등장인물 찾아보기 등의 문학현장 답사는 문화 관광 상품으로서의 효과가 매우 높다고 하겠다.
작품의 한 구절을 새겨 넣은 티셔츠나 등장인물의 캐릭터 등 그 문학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관광 상품의 개발은 문학관의 수익 사업 중에서 가장 기대가 큰 것이다.
지역의 각 문학관은 각기 설립 목적에 따라 소장하고 있는 문학 자료나 문학행사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특화 사업을 벌임으로써 차별화한 문학관 운영을 지향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문학관은 정보화의 시대에 맞는 정보 마인드를 작동하여 문학콘텐츠 확보에 주력하여야 한다. 각 문학관 간의 네트워크 연결에 의한 데이터베이스 망의 확충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바람직한 문학관의 운영 형태일 것이다.   
지난 4월 한국문학관협회가 발족된 뒤 해외 문학관 탐방이나 문학관 실무자 연수 등을 통한 정보의 상호 교류나 발전 전략을 논의하게 된 것은 문학관 운영에 있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의 지원에 힘입어 현재 한국문학관협회가 제작하고 있는 문학관 지도나 한국문학관협회 홈페이지 구축(www.munhakwan.com, 2004년 12월 30일 개설 예정)은 한국의 모든 문학관의 위상과 그 역할의 활성화게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각 문학관은 지역 단위든가 테마별 연계 관광 코스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의 문학관은 그 지역의 유적지나 다른 문화·예술 관련의 명소를 한데 묶어 문화관광 코스로 개발하여 관람객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춘천의 경우 ㈀ 김유정문학촌→ 유인석묘역 혹은 신숭겸묘역→ 애니메이션박물관→인형극장 혹은 유진규의 마임 공연
㈁ 김유정문학촌 →금병산 등산(문학현장 포함)
㈂ 김유정문학촌→소양강댐 및 청평사 혹은 오봉산 등산 등의 문화 관광 코스를 제시하고 있다.
강원도의 문학 관련 명소를 연계하는 코스로는,
㈀ 토지문화관(원주) →김유정문학촌(춘천) →평화의 댐(양구) →박수근미술관
㈁ 김유정문학촌 →만해마을(인제) →박인환시비(원통) →속초 주변의 동해안 명소
㈂ 김유정문학촌 →이효석문학관(평창) →강릉의 경포대 문학비와 허균·허난설헌 생가 등을 권장 코스로 제시한다.
문학관은 유적지처럼 한번 돌아보면 다시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처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찾아오게 하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다음은 각 문학관 관계자들이 수시로 피력하고 있는 문학관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다.
사재를 털어 건립한 사립 문학관의 경우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함. 지방비나 국고를 사업 지원금으로 받아 집행할 경우, 교부 조건이 까다로워 사업 추진이 어렵다.
값싼 인건비 등으로 문학관 운영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렵다.
지자체의 경우, 지방재정 자립도를 감안 문학관 운영 및 문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일정부분 정액 국비보조가 바람직하다. 
지역문화 및 향유계층의 질적 양적 확산을 위해 성과가 좋은 문화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국가지원 및 확대가 필요하다.
주로 사업운영에 따른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문학관 자체로 해결할 문제도 없지 않다.
문학관 나름의 독자적인 프로그램 개발이나 관람객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 등이다.  


6. 맺음말


이제 각 지역의 문학관은 그 지역 문화 예술의 진지로서 한국문학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문학 향수층에게 올바른 문학정보를 제공하는 일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문학관 운영의 주체 문제라든가 운영 자금의 부족,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 개발에 의한 문학관 사업의 활성화 방안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조급하게 서둘기보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문학관 건립에 관계한 사람들이나 운영을 해본 사람들은 문학관의 역할과 그 활성화가 그 지역 문화·예술의 역량을 결집시켜 지역문화 발전은 물론 문화 경쟁력 시대에 있어 국력 신장의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한 방편이라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곧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문학관 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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