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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집-2
글쓴이 : 한국문학관협회 날짜 : 05.03.15 조회 : 3615
세계 문학의 집 -2

<빨강머리 앤>의 루시모드 몽고메리 생가



캐나다 동쪽 해안에 자리한 초승달 모양의 작은 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는 ≪빨강머리 앤≫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향이다. 루시가 자라고 그녀 작품의 배경이 된 카벤디쉬는 P.E.I.의 중북부 해안에 있다. 섬 곳곳에 펼쳐지는 목초지의 평화로운 정경이 루시의 가슴 속에 끝없이 솟아오르는 상상력과 창작세계를 환상적으로 수놓게 한 원동력이 된 듯하다.
‘초록지붕 집’은 ≪빨강머리 앤≫의 원명인 ‘초록지붕 집 앤’의 무대이다. 집안에는 19세기의 가구, 다리미, 타자기 등 갖가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어 소설 속 인물들이 금새 튀어나올 것만 같다. 초록색 지붕과 2층 앤의 방에는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창 밖으로 앤과 단짝친구 다이애나와의 만남의 장소였던 ‘유령의 숲’이 펼쳐지고, 마릴라의 방은 물론 집 옆으로 흐르는 작은 시내와 ‘연인들의 오솔길’ 풍경까지도 그대로 있다. 집 앞 잔디밭에서는 빨강 가발에 앤 복장을 한 소녀들이 들뜬 모습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예쁜 선물가게에서는 그녀의 책이나 비디오 테이프, 루시나 앤의 로고가 붙은 작품 속 소품들이나 기념화 또는 포슬론 등의 기념품을 팔기도 한다.
‘박물관’은 그녀의 작은어머니가 실제로 거주했던 곳으로 ≪초록지붕 집 앤≫에도 나오며, 루시의 작품집 초판본과 사진 등 작가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생가’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마냥 아담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 주었던 한 여인이 태어난 바로 그 방에는 귀여운 요람, 문학수업을 위해 모아두었던 스크랩북에서 배어나는 향취, 웨딩드레스를 비롯한 많은 유품들이 있다. 고풍스런 주방의 작은 무쇠 난로에서는 늘 예쁜 것을 선호하는 그녀의 취향이 엿보이는 듯하다.
루시는 1874년 11월 30일 P.E.I. 섬 클리프톤의 작고 아담한 집에서 스코틀랜드 계의 부모로부터 태어난다. 가엾게도 2살 때에 폐결핵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서부로 가게 되어 외가에서 자라난 루시는 고향의 목가적 고요함과 고즈넉한 아름다움에 유달리 애정이 깊다.
첫 책 ≪초록지붕 집 앤≫은 그녀가 서른 살 봄에 시작하여 이듬해 10월 마무리하였으나 출판사마다 외면하여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는 듯했으나, 3년 뒤 다락방에서 우연히 그 원고를 발견한 루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용기를 내어 미국 보스턴의 어느 출판사로 보내게 되고, 얼마 후 5백 파운드에 사겠다는 회답을 받는다. 주인공 앤 셜리는 어찌나 사랑스럽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지, 출간 후 수 개월만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자전 소설인 이 작품에 이어 ≪애번리의 앤≫과 ≪애번리 이야기들≫ 4편 등 후속편들이 속속 출간되어 오늘날까지도 책이나 영화로 널리 사랑 받고 있다.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 친근감을 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따스한 인간애와 슬픔을 그리는 것이 그녀 문학의 매력이다.
카벤디쉬의 푸른 바다와 붉은 절벽 그리고 그 위로 피어난 끝없이 이어지는 들꽃 사이로 드문드문 지어진 동화 속 같은 집들은 실재하는 것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환상적 정취를 자아낸다. 붉은 흙 위로 펼쳐지는 귀여운 데이지꽃밭과 클로버 들판 사이로는 그 황홀한 일몰과 석양에 비낀 전나무숲을 돌아 흐르는 푸른 바다의 장엄한 경관을 바라보며 살 속까지 스미는 행복감에 젖은 루시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67세에 눈을 감은 루신느 카벤디쉬의 옛집으로 옮겨졌다가, 그녀가 사랑하는 연못과 해변, 모래언덕, 그리고 포구를 잘 내려다볼 수 있어 직접 선택했다는 부근의 공동묘지에 묻힌다. 그토록 사랑하고 꿈을 일구던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영원히 묻혀 영감과 기쁨의 붉은 땅으로 돌아간 것이다. (수필가. 경기대 교수) * 세계 문학의 집 의 원고는 <문학의집서울> 소식지에서 옮겨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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