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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잡지 《어린이》, 100년을 돌아보다_이원수문학관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3.07.06 조회 : 282

잡지 어린이는 아동문학가 방정환 선생님이 만들었다. 잡지 이름 그대로 어린이를 위해 만든 잡지다. 1923320일에 발행되어, 2023년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잡지 어린이가 발행된 100년 전은 일제강점기 시절이었다. 그때는 어린이를 위한 놀거리, 콘텐츠는커녕 어린이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던 시대였다. 어린이 노동착취뿐만 아니라 어린이에 대한 억압과 폭력이 심각했다. 피폐하고 억압된 시기인 100년 전에 어린이를 위한 잡지가 만들어졌다니, 여러모로 의미가 깊고 혁신적이다. 잡지 어린이창간 100주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어린이 잡지를 비롯한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가 많아졌다. 영상 속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키즈 유튜브도 대세인데, 아동학대나 노동착취로 오히려 문제가 많다. 요즘 무분별한 미디어의 범람으로 어린이들이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00주년을 맞은 잡지 어린이의 의미가 크다. 소중한 문화자산인 담긴 잡지 어린이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창간호에 방정환 선생님이 쓴 창간사 <처음에>를 살펴보자. 

 

새와 같이 꽃과 같이 앵도 같은 어린 입술로,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노래, 그것은 고대로 자연의 소리이며, 고대로 하늘의 소리입니다. 비둘기와 같이 토끼와 같이 부드러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면서 뛰노는 모양 고대로가 자연의 자태이고 고대로가 하늘의 그림자입니다. 거기에는 어른들과 같은 욕심도 있지 아니하고 욕심스런 계획도 있지 아니합니다.

죄없고 허물없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하늘나라! 그것은 우리의 어린이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어느때까지든지 이 하늘나라를 더럽히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이 모두, 이 깨끗한 나라에서 살게 되도록 우리의 나라를 넓혀가야 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일을 위하는 생각에서 넘쳐 나오는 모든 깨끗한 것을 거두어 모아 내는 것이 이 어린이입니다. 하략 

 

잡지 어린이의 창간호는 표지 없이 12쪽의 작은 크기로 푸른 잉크로만 찍어냈다. 또한 한 사람이라도 더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렴한 가격인 5전에 판매됐다. 창간사의 내용처럼 어린이를 한 인격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잡지 어린이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잡지 어린이는 방정환 선생님과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집필되었다. 색동회는 일제 감시를 피해서 동경에 간 방정환이 동경 유학생들을 모아서 만든 단체다. 색동회는 어린이 문제를 연구하고 어린이에게 독립 정신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했다. 위와 같은 취지로 만들어진 잡지 어린이는 일제강점기에 맞서 어린이 해방운동과 더불어 민족해방의식과 꿈을 키웠다. 일제강점기 시절 민족말살정책 중 일환으로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힘들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잡지 어린이는 한글로 쉽게 풀어쓴 글을 싣는 데 앞장섰다. 

잡지를 기획하는 방식에서도 어린이를 생각하는 세심함이 느껴진다. 잡지 어린이에는 작문’, ‘독자담화실등을 개설하여 어린이가 직접 쓴 글과 편지를 싣기도 했다. 또한 각 지방 소년회의 소식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했다. 잡지 부록으로는 보드게임을 만들었는데, 대표적으로 세계발명말판''금강껨'이 있다. '세계발명말판'19311월 발행한 '어린이' 잡지의 부록으로 전기, 자동차, 전축, 라디오 등 인류 역사를 바꿔놓은 세계발명품을 소개한 말판이다. 게임을 통해 민족정신과 역사를 재밌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잡지에 실린 내용의 재미 여부를 독자담화실을 통해 어린이의 의견을 들었다. 잡지 어린이는 어린이가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꾸려나가는 잡지였다. 아래는 잡지에 실린 어린이의 글이다. 잡지 어린이가 어린이에게 큰 즐거움을 줬으며, 어떤 내용이 재미가 있었는지에 대한 어린이의 의견을 엿볼 수가 있다.

 

저는 시골보통학교 2년급에 다니는 소녀외다. 서울중앙학교에 다니는 오빠가 작년 시월부터 보내주는 어린이 잡지를 계속하야 재미있게 보는데 요전에는 상품까지 타고 인제야 인사를 하였습니다. 이번 3월회는 나기도 전부터 어린이 첫돌이란 말부터 어떻게 저의 가슴을 기껍게 했는지 몰랐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메아리>가 퍽도 재미있어서 어머님께도 이야기해드렸습니다. 달 밝은 밤에 한번 해볼랍니다.

 

잡지 어린이는 동요, 동시, 동화, 소년소설, 동극 등 다양한 아동문학 장르를 소개하고 대중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잡지 어린이글뽑기를 통해 새로운 한국 아동문학가들을 발굴했다. ‘글뽑기에서 나온 작가로는 윤석중, 이원수, 서덕출, 윤복진, 박목월 등이 있다. 잡지 어린이는 한국 아동문학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원수 선생님도 잡지 어린이와 인연이 깊다. 이원수 선생님은 잡지 어린이에 실린 동요를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이원수 선생님은 직접 쓴 동시를 잡지 어린이에 투고하는데, 그 동시가 지금도 널리 알려진 고향의 봄이다. 잡지 어린이19264월호에 고향의 봄을 실으며 이원수 선생님은 열다섯에 시인이 된다. <고향의 봄> 외에도 잡지 어린이에는 이원수 선생님의 첫 동시집 종달새에 실린 <헌 모자>, <설날>, <정월 대보름> 등 초기 동시들이 실렸다. 

 

1931년 방정환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이정호 신형철, 최영주 등이 편집을 주간했고, 1933년부터는 윤석중이 그 자리를 맡았다. 잡지 어린이19347월호까지 통권 122호를 발행했다. 이어 19485월호로 복간, 194912월호까지 15호를 더하여 총 137호를 발행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잡지 어린이는 귀중한 한국의 아동문학가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장르의 아동문학 작품을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놀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 잡지 어린이는 어린이들에게 소통의 장이자 놀이터였다. 또한 잡지 어린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 잡지가 아닌, 어린이 인권운동의 일환이었다. 잡지 어린이는 제목 그대로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잡지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처럼 무분별한 어린이 콘텐츠가 범람하는 21세기, 우리는 어린이를 위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선별해야 할까? 그 정답에 대한 열쇠는 잡지 어린이에 있을 것이다. 어린이 인권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잡지 어린이의 깊은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이원수문학관 상주작가 팽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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